대전 기록2010.08.21 10:50

전시 : 그대 앞의 세상, 문을 열어요!

일시 : 2010년 8월 3일 화요일 - 8월 26일 목요일
장소 : 한밭도서관 1층 전시실
주최 : 대전시립미술관 열린미술관
참여작가 : 김민정, 민성식, 배상식, 조혜진, 허수빈


이번 전시의 제목은 <그대 앞의 세상, 문을 열어요!>이다. 문을 열고 싶지 않은 사람은 없겠지만, 모든 것이 불투명하고 힘들 때 오히려 우리는 더욱 힘을 낼 필요가 있다. 절망에 빠진 사람, 스스로 자신의 가능성을 포기한 이에게 세상의 문은 더 꼭꼭 잠겨버리곤 한다. 이번 전시의 작품들을 통해서 자기 앞의 가능성들이 다 닫혀버린 것 같은 이 순간, 힘을 내보자고 말을 건네 보려고 한다. 『가난뱅이의 역습』의 저자인 일본의 사회운동가 마쓰모토 하지메는 기존의 구조를 바꾸기 어렵다면, 아예 전혀 다른 각도에서 현상에 접근해보라고 권한다. 출구 혹은 탈출의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고 해서 기죽거나 좌절하지 말고, 체계 밖으로 자유롭게 유영하는 상상력이 지금 필요하다는 것이다.


열린미술관 문을 열어요

입구의 배너... 도서관이어서 더 의미있는...

열린미술관 문을 열어요

문들... 저 문을 모두 열어야만 하는 건가요?

열린미술관 문을 열어요

무슨 생각을 하면서 저 그림들을 볼까요?

열린미술관 문을 열어요

문이 희망의 메세지를 담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열린미술관 문을 열어요

미니어쳐로 먼들어 놓은 전시물

열린미술관 문을 열어요

전시장에서 가장 맘에 들었던 그림들...


도서관에서는 심심찮게 대학을 졸업한 지 한참 된 사람들이 수험서와 씨름하는 광경을 볼 수 있다. 졸업을 앞두면 새로운 세상으로의 문이 열릴 것 같지만, 지금 많은 이들이 쉽사리 열리지 않는 진학 혹은 취업문 앞에서 좌절하고, 또 다시 자신과 싸우며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88만원 세대>나 <가난뱅이의 역습>처럼 지금 이 젊은이들의 문제는 개인의 무능력이나 준비부족이 아니라, 더 이상 성장을 멈춘 사회에 있다.

미술관을 찾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찾아가는 대전시립미술관의 열린미술관. 이번 한밭도서관에서의 열린미술관에서는 도서관 이용자층이 누구인가에 초점을 맞추었다. 수험준비에 시달리는 중고교생 외에도 취업준비를 하는 많은 취업준비생 및 자격증 시험에 대비하는 직장인 등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도서관을 찾고 있다. 열릴 듯 열리지 않는 세상의 문 앞에서 언제 끝날지 모르는 ‘준비’로 청춘의 빛나는 한 시기를 보내야 하고, 좋은 봄날을 만끽하지도, 새로 나온 영화도 즐기지 못한 채 팍팍한 일상을 영위할 수밖에 없는 이들을 이번 전시의 주 관객층으로 삼았다.



작가정보
 
김민정
김민정의 「숨쉬는 문」은 말 그대로 살아 숨쉬는 문을 보여준다. 견고한 부동의 이미지를 갖는 문이 배를 볼록거리며 들숨과 날숨을 반복하는 유연한 생명체로 변화했다. 원래 조각을 전공했던 작가는 대리석으로 연인을 만들어 피그말리온 신화 대신, 영상으로서 생명체의 중요한 특성인 '숨(Breath)'을 불어넣어, 말 그대로 '살아 숨쉬게(animate)' 만들었다. 단단하고 무거워 보이는 것들을 유연하게 만드는 상상력, 이와 같은 상상력이 필요한 것은 작가뿐만이 아닐 것이다. 또한 사전에 있는 '사랑'이라는 단어를 보여주는 비디오 「LOVE」는 지치거나 상처 입은 모든 이에게 필요한 바로 그것, 우리에게 다시 힘을 내고, 고통을 이겨낼 용기를 주는 힘을 보여준다. 이 작품은 전시를 찾는 관람객들에게 작가가 보내온 희망과 격려의 편지이다.
 
민성식
민성식의 작품 속의 공간은 '익숙한 사물과 낯선 공간이 혼재되어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회색 아파트나 건물 옥상은 일상의 공간이고 낚시는 흔한 취미이지만, 아파트에서 내려다보이는 건물 옥상에서 텐트를 치고 야영하거나, 아파트에서 낚시를 하는 것은 비일상적인 상황이다. 그림 속 인물이 방금까지 거기 있었거나, 그 안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서는 여기 저기 포착되지만, 정작 인물을 포착하기는 힘들다.
민성식의 작품 속 공간에는 여러 사람이 등장하지 않는다. 고적한 옛 산수화처럼, 외부로부터 적당히 단절된 공간이다. 아파트 베란다에서 낚시줄을 드리운 얼굴이 보이지 않는 이, 모자를 쓰고 저 멀리에서 홀로 낚시를 하는 이처럼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경쟁 속에서 주눅 드는 것이 아니라 거리와 간격을 유지해보는 것일 수도 있다. 심리적으로도, 물리적으로도, 현실의 제약은 우리가 그것을 의식하면 할수록 더욱 강력하게 목을 죄어 온다. 때로는 권위와 제약을 가볍게 빗겨가는 것이 효과적인 탈주가 될 수 있다. "아, 그러세요? 그래서 뭐죠?" 처럼.

 
배상아
배상아의 「이상한 공간 - 문을 막아두다」(2003)에서는 벽장문 앞에 의자를 놓아 막아둔 장면이 등장한다. 열어서 드나들기 위한 것이 문인데, 문을 인위적으로 막아둔 것이다. 흥미롭게도 문이 막혀 있기 때문에 오히려 문 뒤의 공간이 더 궁금해진다. 삼차원 세계로 이어지는 통로이거나, 온갖 소중한 물건들로 가득 찬 보물상자가 놓여 있는 다락방으로 이어질 것 같다. 작가의 최근작들은 어두운 공간 속에서 살짝 열려 있는 문을 보여준다. 문 밖에 무엇이 있을지 두렵기도 하지만 조심스럽게 열어보는 순간의 두근거림과 긴장감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새로운 공간에 들어갈 때 반드시 좋은 일만 생기는 것은 아니다. 미처 예측하지 못한 위험과 공포가 도사리고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 안쪽에 머무르기만 할 수 없으며, 떨리는 가슴을 누르고 문 밖, 즉 세상 밖으로 한 발 한 발 나아가야 한다.
 
조혜진
조혜진은 낡고 오래된 듯한 주택의 철문과 전통적인 가게의 미닫이문을 미니어쳐로 제작했다.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오래된 철문을 보고 향수에 젖는 이도 많겠지만, 공주에서 태어나 지금도 그곳에 살고 있는 작가에게 이 작품들은 과거의 풍경이 아니라 '현재의 풍경'이다. 도시에 즐비한 별다방, 콩다방처럼 세련된 외관은 아니지만, 쌍화차에 계란 동동 띄워 팔 것 같은 ○○ 다실, △△ 다방의 유혹적인 공간의 문도 작가가 잡은 주제이다.
그러나 이미 작가가 포착한 그 문들 중 일부는 영원히 사라졌다. 집의 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갈 수 있을 때부터 우리는 바깥 세상을 체험한다. 철문 안은 우리를 보호해주고, 쉬게 하는 안전한 장소이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대문 밖 세상이 아무리 변한다 해도 대문 안의 공간은 언제나 그 자리에서 우리를 지켜준다. 저 낡은 대문 속에는 이제 누가 남았을까. 저 대문을 열고 길을 떠난 이들은 어디에 있을까.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등 미래로 떠나고 싶으면서도 동시에 과거로 돌아가 쉬고 위로받고 싶은 마음, 그 가운데 저 오래된 문들이 놓여 있다.

 
허수빈
스스로를 Light Art 작가라고 칭하는 허수빈은 '빛'이라는 비물질적인 소재를 이용하여, 눈에 보이는 형태를 만들어낸다. <문>은 빛을 구현하는 최소한의 단위인 전구와 전선으로만 만들어낸 문 형태의 오브제이다. 우연히 문고리의 형태를 닮은 전구를 발견한 후, 전구로 문의 손잡이를 만들고, 전선으로 형태를 잡았다. 주변의 빛이 꺼지면, 이 전구 문은 더욱 선명하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다. 전선으로 외곽의 형태만 잡은 것이기 때문에 안과 밖이 모두 보이며, 마치 공상과학 영화에서처럼 문 가운데를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문이다. 허수빈의 <문>은 문에 대한 우리의 관념으로부터 자유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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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광역시 중구 문화1동 | 한밭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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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보임(bo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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